왜 도자기는 불의 예술인가?
|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기장('도공'은 일본식 말입니다)이 불을 땐다는 것은 도자기의 공정에서 가장 중요하고 특별한 작업이었습니다. 흔히 도자기는 천지인(天地人)의 조화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불 때는 것은 바로 天, 하늘에 의한 작업이고 地, 도자기 흙과 유약이요, 人은 사기장의 정성, 기술입니다. 사기장이 흙을 가지고 형태를 빚어 유약을 입혀 가마(요)에 넣기까지의 과정은 조각가나 화가와 같이 똑같은 예술적 창조 행위입니다. 그러나 일단 가마에 작품을 넣고 나서는 인간의 의지를 떠나 자연, 아니 가마신에 맡겨집니다. 화가, 조각가는 마지막에 작품을 다시 손댈 수도 있지만 사기장은 타는 불 속의 작품을 다시 꺼내 손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 시대가 아무리 과학이 발전되었다 하더라도 가마를 열기 전까지 도자기의 완성 여부는 알 수 없고,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기장도 불을 땔 때는 모든 것을 하늘에 의지한다고 합니다. 필자 부친 신정희는 "사기장은 불 앞에서 자만해선 안된다. 그것은 곧 작품을 허공에 다 날려버리는 행동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요업학과 교수가 “도자기는 예술이 아니라 과학이다”라고 선언하고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이 스스로 가마를 만들어 도예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3년 뒤 “도자기는 가변 요인(상황에 따라 변하는 원인)이 너무 많아 이것을 과학적으로 모두 다 정리하기에는 현재는 역부족이다. 과학은 예술적 감성과 도자기를 감각적으로 대하는 도예가를 지금은 앞지를 수 없다. 특히 불 때기의 변수는 인간의 뇌세포보다 복잡하다”라고 말하며 다시 요업학자의 길인 교수로 복직했다 합니다. 물론 회사에서 만든 도자기는 도예가 아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또 도예가 예술이라 해서 사기장이 도자기의 과학적 원리를 공부하지 않는다면 기능장은 될 수 있지만, 사기장(도예가)은 될 수 없습니다. 한 예를 들어 우리 나라의 관요인 '분원'에서는 '화장장'이라 불리는 불 때는 사기장이 있었습니다. 이 불을 전담하는 화장장은 분원의 300명 이상의 사기장 중 '변수'라는 사기장 우두머리가 있었습니다. 변수는 반드시 '남화장'(불꽃을 보고 불을 조정하는 자)을 거쳐 경험을 쌓은 후에야 될 수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불 때는 불대장이 신경통이 발생하면 불 때는 기일을 바꾸었다 합니다. 필자가 보기에는 산 경험에서 나온 불 감각입니다. 이유는 사기장이 아파서가 아니라 저기압일 때 신경통 발생율이 높습니다. 도자기 종류에 따라서 불 때기 할 때 저기압은 그릇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사기장의 길은 애써 작품을 빚어 놓고, 자연에 맡기고, 불때고 난 후 오직 결과만을 기다리는 길이지만, 프로야구의 명타자의 타율처럼 불때기에도 확률이 있습니다. 불을 때 좋은 작품을 완성하는 확률이 높은 자가 바로 실력있는 사기장이요, 불 잘 때는 사기장입니다.
자, 그러면 사기장인 필자와 불때기에 도전해 봅시다! 불은 어디다 때죠? 바로 가마에서 땝니다. 가마는 무엇이죠? 도자기를 넣어 놓고 불을 때는 원통형의 흙 구조물입니다. 가마는 도자기라는 옥을 잉태하고 있는 여자의 자궁에 해당됩니다. 이 가마가 불의 에너지를 받아 옥동자(도자기)를 순산하는 과정이 바로 불때기입니다. 그러면 가마는 어떤 종류가 있죠? 전기가마, 터널가마, 가스가마 등 여러 가지 가마가 있으나 여기서는 장작가마로 부르기도 하고, 경사가 있다 해서 '등요'라 부르는 우리 나라의 전통 가마에서 불때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30년간 그곳에서 생활한 그 선교사는 환장할 일이었습니다.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바로 그 이유는 가마벽돌, 그리고 벽돌 위에 덮는 흙에 볏집을 넣는다는 것을 빼고 보고했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이것을 설명하면 불을 땔 때 1200도 이상 고열이 되면 가마불에 의해 공기가 팽창되어 가마속은 고압이 됩니다. 이 고압을 견디는 힘은 가마 만들 때 썩힌 볏집이 완충 작용을 합니다. 고층 빌딩은 약간 흔들리도록 설계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의 전통 가마 즉, 지금의 장작가마는 사실 중국의 도자기 가마와 다릅니다. 이유는 중국에서 가마를 만들기 위해 벽돌을 굽는 가마가 우리 나라에 유입되었고, 이 벽돌 가마가 발전하여 우리 나라 전통가마가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에게 도자기를 배운 일본도 우리와 같은 스타일의 가마입니다. 자 그럼 불때기를 시작합니다.
또 재가 기물에 앉는 것을 보며 미리 기물에 재를 입힌 것이 유약의 시초입니다. 세월이 흘러 유약이 발전됩니다. 그런데 초벌 없이 불을 때자 유약이 가마 속에서 녹기 전에 떨어지거나 태토에 남은 미세한 수분 때문에 기물이 깨어지기도 합니다. 초벌구이 안된 기물에 그림을 그리려고 붓이 가면, 기물이 퍼석퍼석해 그림을 그리기 힘이 듭니다. 이것을 한꺼번에 해결한 것이 바로 초벌구이입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 옹기는 잿물이라는 유약이 있는데도 초벌없이 불을 땝니다. 이유는 우리 나라 옹기는 대부분 고화도가 아니고, 유약 자체가 옹기흙 같은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옹기흙에 잿물이라는 유약이 잘 접착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도자기처럼 옹기에 초벌과 본불, 두가지 불을 땐다면 옹기는 연료비 때문에 지금 가격보다 몇배 비싸질 것입니다. 초벌구이를 시작할때는 첫째, 약한 불로 시작해야 합니다. 도자흙은 450도에서 흙 입자 속의 방출수를 분출하기 시작하여 550도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또, 이 때는 흙속에 있는 유기물이 타기 시작하므로 가스도 방출합니다. 이 때는 온도를 급격히 올리지 말고 통풍에 신경써야 합니다. 도자기 흙에서 나온 방출수와 가스가 급하게 나오면 도자기는 깨어집니다.
550도~650도 온도가 되면 도자기 흙안의 석영 성분이 크게 팽창합니다. 이때도 천천히 때야 합니다. 650도를 지나 800도 가까이 되면 가마속이 붉게 보이고 나무를 던지고 나서 조금 뒤 가마속을 쳐다보면 기물이 훤히 보입니다. 800도를 지나면 가마벽이 훤히 보입니다. 그러면 초벌 불때기는 끝냅니다만 초벌된 기물이 식을 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천천히 식지 않으면 기물은 전부 깨어집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은 한 겨울에는 불때기를 삼가했습니다. 또 다른 경험담을 애기하자면, 한번은 필자가 기물 몇 개, 작은 항아리에 유약을 입히고 있었습니다. 한 3개 정도 유약을 입히자, 갑자기 유약 입힌 항아리가 "펑펑" 소리를 내며 갈라지는 것이었습니다. 깨어진 부분을 쳐다 보니, 바깥쪽만 초벌이 되고 안쪽은 초벌이 덜 되어 있었습니다. 이만큼 초벌구이는 중요합니다. 또, 초벌구이를 세게, 즉 화도를 높은 온도로 올리면 도자기 태토(흙)가 단단해져 물기 있는 유약을 빨지 않아 유약을 바르고 나서 조금 있으면, 유약이 기물에서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웃 일본도 장작가마만으로 도자기를 빚는 도예가가 초벌만은 전기가마에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벌구이할 때 특히 백자흙은 초벌구이에 가장 민감합니다.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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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내장산제다원
글쓴이 : 심산 박동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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