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의 흙을 찾아서 - 1
하늘이 점지한 '사기장'이라는 운명을 숙명이라 여기면서 도자기 한길만 갔던 우리 나라의 옛 사기장들은 흙 본래의 성질을 바꾸어 도자기에 맞게 만드는 비법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고려청자, 분청사기들을 빚었습니다. 또한 하얀 옷과 순결을 사랑한 백의민족이었기에 조선 시대에는 가장 청아하고 맑고 고운 살결을 가진 조선백자를 빚었습니다. 자, 이제부터 사기장이 말하는 백자 흙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우리 나라의 사기장(도공)들은 일반 점토(입자 0.002mm 이하)를 논이나 야산에서 파와서 수비(정제)해 도자기를 빚었습니다. 이 점토는 단일 성분이 아니라 여러 복합적인 성분이 섞여 있는 찰기(점력) 있는 흙을 말합니다.
이 색깔이 검거나 회색인 것은 그것이 점토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청자나 분청사기는 점토로 빚었기에 굽바닥 가장자리를 보면 모두가 검거나 회색을 띄고 있습니다. 반면 백자는 다릅니다. 왜냐하면 도자기를 만드는 흙인 태토가 위에서 말하는 점토가 아니기 때문에 굽 바닥의 땟갈이 하얗습니다. 이것이 바로 백자입니다. 그런데 백자 중에도 표면에 안료칠을 해 하얗게 보이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이는 백자라는 기본 몸체에 색깔을 띤 옷에 해당하는 화장토나 땟깔 있는 유약을 발랐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태토가 점토이기 때문입니다. 하얗게 보이는 것은 하얀 화장토를 태토 위에 입혔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 도자기는 점토 위에 하얀 화장토를 입힌, 분을 바른 청자라는 뜻의 '덤벙 분청'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 그러면 백자는 무슨 흙으로 만들었기에 땟깔이 하얀 색일까요? 백토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 고령토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리고 백토를 '카오링'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백자 흙은 흙이 아니라 '도석'이라는 돌을 분쇄해서 빚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과연 어느 말이 맞을까요? 사실은 다 맞는 말입니다. 고령토는 본래 중국 고령 지방에서 많이 나는 하얀 흙(백토)입니다. 고령토의 중국 발음을 영어로 표기한 것이 바로 '카오링'입니다. 이 카오링이란 용어가 현대 도자기계의 공식 용어가 되었습니다.
백토는 요업적으로 봤을 때 단일 성분으로 이루어진 아주 미세한 돌입니다. 이것은 현미경으로 봐야만 알 수 있습니다. 흙(복합 성분)은 외국으로 수출이나 수입을 할 수 없는데 우리 나라의 백토, 즉 카오링은 돌이기에 외국으로 수출할 수 있습니다. 결국 백자는 아주 미세한 돌로 빚은 것입니다. 그러면 '도석'은 무엇일까요? 도석은 도자기가 될 수 있는 성분이 모두 들어 있는 돌입니다. 이 도석을 물레방아나 연자방아를 이용해서 아주 잘게 분쇄하여 물기를 가하면 찰기 있는 백자의 태토가 됩니다. 또 잘게 분쇄된 도석에 나무재를 섞으면 바로 이것이 유약이 됩니다. 그리고 도석은 채굴된 장소에 따라 특성이 많이 차이가 납니다.
이후 일본은 백자 기술을 발전시켜 유럽에 엄청나게 수출합니다. 오늘날 일본의 경제에 가장 크게 공헌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백자 만드는 기술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백자의 태토를 만드는 기술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 나라에는 백토가 많기는 했지만 찰기가 없어 이 백토만으로는 백자를 빚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철분이 적고 찰기 좋은 점토를 골라 백토에 섞어야만 도자기를 성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백자는 철분이 많으면 백색도가 떨어집니다. 점토는 단일 성분이 아니고 복합 성분이라 대체로 철분이 많습니다. 때문에 가급적이면 철분이 적고 규석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찰기가 있는 점토를 찾는 것이 아주 중요했습니다.
사실 조선 시대의 백자의 아름다움은 전국에 걸친 백성들의 눈물겨운 노고가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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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내장산제다원
글쓴이 : 심산 박동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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